[CMP 6차] 집회 말씀 | 믿음으로 끝까지 근사하고 아름답게 (시 23:1-6)

에스겔선교회

믿음으로 끝까지 근사하고 아름답게



1.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암 친구 여러분
지난 겨울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저는 팔자 좋게 두 달 좀 넘게 태국 치앙마이에서 지내다가 2월 중순에 돌아왔습니다.
중간에 CT촬영을 위해서 잠간 들어왔었습니다.
잠간 들어온 틈을 타서 부산에 내려가
CMP 5차 집회를 했었지요.

태국에는 늘 아내와 함께 가곤 했었는데
아내가 갑자기 척추관 협착증이 와서(갑자기 온게 아니겠지요) 병원 치료를 받아야해서
혼자 지내야만 했었습니다.

혼자 밥하고, 빨래하고, 설겆이하고, 시장보고
난생처음 격는 일이라 쉽지 않았지만
이것도 좋은 훈련이라 생각하고 지냈습니다.
저녁 먹고 잠 들때까지 시간이 참 힘들었었습니다.


2.
저는 작년 4월 15일 당뇨 정기검진 때문에 병원엘 갔다가 엑스레이 상에서 암을 발견하고
5월 초 수술 받고, 6월 초부터 4차례에 걸쳐 항암주사 힘들게 맞았습니다.
재발 징후가 있어서 긴장했었지만 다행히 재발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서 지금은 표적치료제를 먹고 있는 중입니다. 일 년을 먹는다고 하니 앞으로 한 석 달 정도 더 먹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약의 부작용이 있어서 내가 암 환자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게 해 줍니다.

가끔 수술한 가슴 쪽에 작은 통증이 잠간이라도 느껴지면
호흡이 조금이라도 불편해 지면
쉰 목소리가 다시 나오면
재발 되려고 그러는게 아닌가 불안해 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또 좀 우울해 집니다.

지난 2월에 제 칠 순 생일이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생일과 기념일에 둔합니다. 그저 아이들하고 케잌하나 자르며 해피버스데이 하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작년에 큰 일도 치뤘었고 또 그래도 칠순이기도 하니 친척들과 가까운분들 모시고 제대로 잔치를 하자해서 사실은 일정을 당겨서 들어왔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 때문에 모든게 취소되고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아내 몸이 생각보다 많이 좋지 않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병원 다니며 재활운동을 하여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계단 몇 개를 못 올라 다닐 정도로 힘들어합니다.
아파도 아픈 티를 안내는 아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안 좋습니다.

암을 발견하기 전까지
아내가 허리가 아프기 전까지
늘 청춘인줄 알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 다할 수 있고
가고 싶은데 다 갈 수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작년 일 년을 지내면서
나도 늙었고, 아내도 늙었고
마냥 청춘이 아니라는 사실을 현실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일이니 많이 당황스럽진 않으나
그래도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솔직한 심정입니다.


3.
한국인의 연령별 생존확률

70세 86%
75세 54%
80세 30%
85세 15%
90세 5%

주변의 암 친구들 중에는
50까지 살 수 있을까?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살 수 있을까?
아이가 결혼 하는 것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저는 벌써 70이니
아이들도 다 자리 잡고 잘 살고 있으니
하고 싶은 일 원 없이 다 해복 살았으니
지금 당장 죽어도 아쉬울것 하나 없습니다.
감사한 것 뿐이지요.


4.
앞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인가는
솔직히 양심적으로 큰 관심 없습니다.
제 삶은 70으로도 넘치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감사하며
찬송하며
죽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5.
죽는 건 문제가 아닌데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무슨 일을 만날지
어떤 일들을 격어야만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조금 두렵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일 궁금한 것 중에 하나는
다시 재발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재발 하지 않고 좀 편히 죽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재발하여 고통스러운 항앙투병을 하다가 조금 힘들게 죽을 것인가?
그게 제일 궁금합니다.


6.
재발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우리 장인 어른처럼
자다가 그냥 천국엘 갔으면 좋겠습니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날마다 기막힌 새벽 녹화하고
'여러분 사랑합니다' 인사하고
기운이 진하여 스르르 눈 감고 하나님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니하실찌라도.....


7.
비행기를 타면
국제선은 40여분 전 쯤
국내서 15분 전 쯤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하강을 준비하겠습니다.'
'짐들은 선반위에 올려주시고'
'벨트를 매시고'
'의자와 선반을 제 자리로 해 주십시오'

2019년까지 제 인생은 늘 상승국면이었습니다.
고도비행 중이었습니다.
2019년 하나님의 안내방송을 들었습니다.
몇 년 후 도착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강이 시작되었습니다.


8.
저는 늘 은퇴를 생각하며 목회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은퇴 준비는
꽤 오래 전부터
꽤 열심히
제법 잘 해왔습니다.
그래서 은퇴는 제법 소프트 랜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생명의 은퇴를 잘하고 싶습니다.
소프트 랜딩을 하고 싶습니다.
뷰티플 랜딩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사자 우리와 같은 암에서 건져주시든
그렇게 아니하시든 상관없습니다.
그게 제 욕심입니다.
바램입니다.
기도입니다.


9.
어려서 교회가 너무 좋았습니다.
교회에서 사랑을 받고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교회 다니는 것이 특기요 취미였습니다.
혼자서 저녁예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저녁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면
깜깜한 밤에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지나
빗자루 귀신 달걀 귀신이 나올 것 같은
학교 커다란 화장실을 지나야만 했습니다.
아버지가 학교 수위셔서 단칸방 집이 학교 마당 끝 아카시아 숲 속에 있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무서움을 이기기 위해서 찬송을 부르곤 했었습니다.
그때 제가 불렀던 찬송을 기억합니다.

375장
나는 갈 길 모르니 주여 인도하소서
어디가야 좋을지 나를 인도하소서
어디가야 좋을지 나를 인도하소서

아무것도 모르니 나를 가르치소서
어찌해야 좋을지 나를 가르치소서
어찌해야 좋을지 나를 가르치소서

아이같이 어리니 나를 도와주소서
힘도 없고 약하니 나를 도와주소서
힘도 없고 약하니 나를 도와주소서

마음 심히 슬프니 나를 위로하소서
의지없이 다니니 나를 위로하소서
의지없이 다니니 나를 위로하소서


10.
저는 큰 꿈이 없었습니다.
큰 꿈을 꾸고 살만한 실력이 없었습니다.
가난했고, 지극히 평범했고
공부를 잘해 좋은 학교에 가본 적도 없고
지극히 내성적이어서 사람을 늘 무서워하던 아이였습니다.
자신감 하나도 없는....
흙수저 대표선수였습니다.

70년을 살아온 지금
제 생을 돌아보면 기적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기적입니다.
제가 살아온 삶은 제가 한 번도 꿈꾸지 못했던
아니 않았던 삶입니다.
욕심 내 본 적 없는 삶입니다.
꿈에도 욕심 내 본 적 없는 삶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좋아하는 찬송이 있습니다.
310장 입니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 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시가 있습니다.
김남조 시인의 선물이라는 시입니다.

내야 흙아온데
밀랍이듯 불 켜시고
한 평생 돌이온걸
옥의 문양 그으시니
난생 처음
이런 조화를 보겠네


11.
어느 날 내가 누리고 있는 기적같은 삶이
어렸을 적
교회 다녀오면서
깜깜한 운동장을 지나며
뭣도 모르고
뜻도 모르고 불렀던
찬송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갈 길 모르니 주여 인도하소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여 가르치소서
아이같이 어리니 주여 도와주소서
의지 없이 다니니 주여 위로하소서

찬송을 기도로 들으시고
내가 갈 수 없는 길로 인도하시고
내가 살 수 없는 삶을 살게 하시고
내가 오를 수 없는 산을 오르게 하셨던 것입니다.


12.
2019년 암에 걸리고 나서
사랑하는 아내가 자기 몸 하나 편히 쓸 수 없는 늙은이가 된 것을 보면서
다시 어렸을 적 깜깜한 운동장을
커다란 무서운 학교 화장실을 지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어렸을 적 찬송을 불러야만 하는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는 모르고 불렀지만
이제는 알고 부를겁니다.

나는 갈 길 모르니 주여 인도하소서
어디가야 좋을지 나를 인도하소서
어디가야 좋을지 나를 인도하소서

아무것도 모르니 주여 가르치소서
어찌해야 좋을지 나를 가르치소서
어찌해야 좋을지 나를 가르치소서

아이같이 어리니 나를 도와주소서
힘도 없고 약하니 나를 도와주소서
힘도 없고 약하니 나를 도와주소서

마음 심히 슬프니 나를 위로하소서
의지 없이 다니니 나를 위로하소서
의지 없이 다니니 나를 위로사소서


12.
평균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
무슨 일을 만날는지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래서 두렵고 떨립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지나온 삶도 알아서 산 삶 아니었고
힘이 있어서 살아낸 삶도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독수리 날개로 날 업어서 여기까지 인도하셨습니다.
여기까지 업어 인도하신 에벤에셀의 하나님이
하나님 앞에 가는 날까지 한 순간 한 순간 나를 업어 거기까지 인도해 주실 줄을 믿습니다.


13.
항암 중에 누워 있을 힘도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에도
늘 시편 23편을 읽으며 암송하며 살았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아멘.

60년을 더 살아
그 때 어렸을 적
깜깜한 운동장에 다시 돌아와 섰습니다.
60년을 더 살아
70이 되어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니
찬송이 기도가 되어
모르는 길을 일러주시고
힘없고 약한 아이를 골리앗과 싸워 이기게 하시고
승리하게 하셨습니다.
남은 몇 년 동안
무슨일을 만날는지 모르고
그 때문에 깜깜하고
그 때문에 불안하고 두렵지만
지금까지 나를 인도하신 하나님이 나를 끝까지 지키시고
이기게 하시고 승리케 하실 줄을 믿습니다.


14.
내 남을 삶을 하나님께 맡깁니다.
그리고 그 분의 손을 꼭잡고
남은 삶 소프트랜딩하겠습니다.
아니 뷰티플랜딩을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70년보다 더 아름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죽어서 천당에 가면
거기서 하나님을 뵙게 되면
저는 찬송을 부를 겁니다.
그 때 부를 찬송을 골라 놓았습니다.

384장입니다.

나의 갈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내 주안에 있는 긍휼 어찌 의심하리요
믿음으로 사는 자는 하늘 위로 받겠네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

나의 갈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어려운 일 당한 때도 족한 은혜 주시네
나는 심히 고단하고 영혼 매우 갈하나
나의 앞에 반석에서 샘물나게 하시네
나의 앞에 반석에서 샘물나게 하시네

나의 갈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그의 사랑 어찌 큰 지 말로 할 수 없도다
성령감화 받은 영혼 하늘 나라 갈 때에
영영 부를 나의 찬송 예수 인도하셨네
영영 부를 나의 찬송 예수 인도하셨네 아멘.


15.
이 세상에서의 우리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남들은 한참 올라가는 삶을 살아갈 때에
우리는 남보다 일찍 하산을 준비해야 할는지도 모릅니다.
본시 하산이 힘든 법입니다.
위험한 법입니다.
무서운 법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시켜 주셔서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더 욕심 없지만
여러분들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보다 어리고 젊은 친구분들은 제발 하나님께서 그렇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라가든
내려가든
근사하게 올라가고
근사하게 내려갑시다.
하나님 손 꼭 붙잡고 말입니다.

아멘.